【서 울=뉴시스】일본에 이어 한국도 급속히 고령화 사회가 되고 있다. 다시 말해서 60살이면 수명을 다했다고 생각하던 시대는 옛말이 됐다. 퇴직 연령도 65세로 바뀌었고, 퇴직후에도 20년, 30년 제2의 인생을 준비해야 할 시대가 온 것이다. 각 국이 실버사회에 당면한 복지문제와 다음 세대의 부담 문제 등을 다루고 있다.
얼마 전 연세대 김 모 명예교수의 TV대담을 보니 자신이 지금 80세를 훌쩍 넘은 사람이라고 주위에서는 노인을 특별한 사람으로 보지만 자기도 한때 젊음이 있었고 살다 보니 나이를 먹게 되었을 뿐이지 노인이라고 색다른 사람으로 보면 곤란하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 맞는 말이다. 어른은 어른 대로 오늘날의 풍족한 사회를 이룩하기 위해 나라를 지키고 산업화· 민주화의 길을 달려왔을 것이다. 그들도 젊음을 불태웠던 것이다.
누 구나 나이를 먹어도, 될 수 있는 한 건강한 생활을 영위하고 싶어한다. 무엇보다도 건강수명을 연장해 나가는 것이 풍족한 노후로 이어진다. 건강수명이란 일생 동안 외출이나 가사, 취미생활 등 일상생활을 아무런 지장 없이 보낼 수 있는 기간을 말한다. 몇 살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느냐 하는 '바로미터(Barometer, 청우계)'다.
지금 한국의 건강수명은 얼마일까?
평 균수명이 남자는 77세, 여자는 84세인데 대개 열 살 정도를 덜 보면 된다. 결국 드러누운 채로 못 일어나든지 치료나 노인 개호(介護)가 필요한 기간이 10년인 셈이다. 평균수명과 건강수명의 차이가 줄어 들면 그만큼 건강한 노인이 늘어난다. 그 결과 의료, 개호 등 고령자 복지비용을 억제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이제는 병자와 건강한 사람이 같이 오래 사는 시대가 왔다. 의료기기, 의료기술, 의약품의 발전, 예방운동, 가치관의 다양화, 여가선용, 여행 등 삶의 질적인 변화와 생활건강 관리(Management)의 발전 등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TO)는 2010년에 '건강을 위한 신체활동에 관한 국제 권고'를 내놓았다.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심폐 피트니스(Fitness), 근육 피트니스, 골격의 건강과 기능상의 건강, 비감염성 질병예방, 우울증 개선, 인지(認知)기능 저하예방을 위한 신체활동이 효과적이며, 권장할 신체활동도 제시했다. 속보 걷기에 의한 유산소운동, 거동에 제한이 있는 사람은 균형감(Balance)을 키워 넘어지지 않게 하는 것, 근육운동을 매주 2회 정도 하는 것 등이다.
무엇보다도 젊었을 때부터 식생활에 주의를 하고 생활 습관병을 예방하는 것이 긴요하다. 지역별로 많은 사람이 참가하고 식생활 습관 개선 노력을 계몽할 필요가 있다. 개인의 건강은 지역이나 직장, 사회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지역 주민의 유대가 강화되면 암검진, 건강검진, 예방운동, 취미활동은 고립된 고령자 감소에도 연결된다.
이 같은 지역의 건강을 만드는 데 노인의 역할이 크다. 풍부한 인생 경험을 지역사회의 귀중한 재산으로 활용하게 되기를 바란다. 활동 무대를 얻는 것은 고령자 자신에게도 더 한층 건강 증진으로 연결된다. 지금 65세로 올라가고 있는 고령자의 연령 구분을 단계적으로 끌어올려서 연금, 의료, 노인 개호 등 고령자 시책을 효과있게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문제가 있다. 최근에 정의사회 구현이라는 구호가 대선주자들의 입에서 많이 나온다. 요리조리 병역의무를 피해 남이 희생하는 동안 출세한 사람이 판을 치는데 정의사회가 될 턱이 없다. 6·25사변 때 목숨을 내걸고 나라를 지킨 80세 이상 노인 참전용사가 16만명, 무공유공자가 3만3000명에 달한다. 그들은 연금도 없고 보상도 없을 때 나라를 위해 자기를 희생한 사람들이다. 매월 참전용사 12만원, 참전무공유공자 18만원의 지원은 좀 아닌 것 같다. 미국의 보훈예산은 90조원, 프랑스 62조원, 호주 19조원, 한국은 3조원였는데 금년에 좀 늘렸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키친 토크(Kitchen Talk)'가 가정교육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이들의 '인성(humanity)' 교육이 필요한 때다. 인생에 있어 현역세대를 이루는 기한을 길게 하면 그만큼 일에 대한 의욕과 인생 설계도 달라질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노후 생활설계나 보장이 미비한 것이 불안하게 문제시되고 있다. 돈을 가장 많이 저축한 노인사회가 일본이다. 일본의 노인 재산은 1500조엔이다. 그전에는 75세의 부모가 40세에게 유산을 물려주었는데 이제는 90세가 70세에게 유산을 물려주어야 하니 상속세, 증여세 문제가 야기돼 증여세는 줄이고 상속세는 늘리자는 여론도 일어나고 있다. 우리도 고령자의 사회보장 수단을 다시 생각할 때다. 새로운 정부는 평생 현역사회를 지향하는 정책을 충실하게 추진함도 바람직하다. 그 결과는 건강수명 연장에 직결되며 안거낙업(安居樂業)도 이룩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