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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내가 만난 사람-민관식

[남기고 올림픽 30年·태권도 40年] 104. 내가 만난 사람-민관식

[중앙일보] 입력 2009.01.20 01:07 / 수정 2009.01.20 01:27

체육회장 때 도쿄올림픽 보고 와서
대통령께 건의해 태릉선수촌 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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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세계태권도선수권 개회식에 참석한 민관식 당시 체육회장(오른쪽에서 셋째). 마이크 앞에 서 있는 사람이 필자.


 사람은 지나가고 난 다음에야 그 가치를 알게 되고 그리워한다고 한다. 체육계 대선배인 고(故) 민관식 체육회 명예회장을 처음으로 만난 것은 내가 청와대에서 근무할 때였다. 당시 체육회장이었던 그는 가끔 청와대에 들어와 실세들에게 체육회의 애로를 호소하곤 했다.

1960년대 대한체육회는 위상도 시원찮아 아무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64년 도쿄 올림픽을 보고 오더니 한국선수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서는 선수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박정희 대통령께 건의, 태릉선수촌을 건립했다. 한국 대표선수들이 과학적으로 훈련에 전념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든 분이다. 민 회장은 생전에 태릉선수촌 건립을 당신의 큰 업적이라고 자랑했다.

국회의원, 국회 부의장, 문교부 장관, 약사회 회장, 마약퇴치본부장, 장학재단 이사장 등 두루두루 많은 분야에서 활동했지만 대한체육회장을 지낸 것을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분이다.

71년 내가 대한태권도협회장이 되면서 체육계에 발을 디뎠을 당시에도 체육회장이셨고, 국기원 기공식을 할 때는 문교부 장관으로서 함께 삽을 들었다. 제1회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회식에도 참석하는 등 체육행사에는 빠지지 않았다.

93년 내가 체육회장이 됐을 때 전화가 왔다. 자신의 명예회장 자리를 유지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래서 김종열 회장과 두 분을 명예회장으로 위촉했는데 김 회장이 타계하는 바람에 결국 혼자 명예회장 자리를 지키기도 했다.

키는 작지만 단단한 분이었다. 어찌나 부지런한지 오전 5시부터 전화를 한다. 매일 오후에는 신라호텔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는데 항상 나에게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말을 해주셨다. 80세가 넘어서까지 테니스를 즐길 정도로 건강했고, 자신의 호를 딴 소강(小崗)배 테니스대회도 만들어 후배 양성을 지원했다. 후배 체육인들을 사랑하고, 해외에서 중요한 대회가 열리면 현지까지 와서 응원했다. 후배들을 돕는 일이라면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이었다.

95년 내가 IOC에 건의해서 올림픽 훈장을 전수하고 축하회를 열어드렸다. 충분히 올림픽 훈장을 받을 만한 분이라고 생각했다. 기뻐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2006년 1월 16일. 이연택 회장이 점심식사를 함께 하자고 전화를 했다. 외출 준비를 하는데 갑자기 민 회장의 타계 소식이 들려왔다. 그렇게 건강하던 분이 왜. 나중에 들으니 전날 저녁까지 잘 지내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아침에 인기척이 없어서 보니 잠을 자듯이 평안하게 돌아가셨다고 한다. 누구나 바라는 모습이다. 평생 베푸는 삶을 살아서 그런 복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항상 체육을 사랑하고 후배들을 아끼고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바라본 대선배였다. 이런 분의 희생과 관심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의 스포츠가 발전할 수 있었다고 본다.

2007년 민관식 회장의 흉상이 세워졌다. 그 분의 인덕과 은공을 기리는 전통이 체육계에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김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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