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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내가 만난 사람-만델라

[남기고 올림픽 30年·태권도 40年] 106. 내가 만난 사람-만델라

[중앙일보] 입력 2009.01.22 01:19 / 수정 2009.01.22 01:22

“새로운 국가 만드는 데도 시간 부족”
복수심 불타는 흑인 무장단체 설득


1997년 로잔 IOC 총회 때 만델라(中)를 만난 필자 부부.


 넬슨 만델라. 1918년생이니까 올해로 91세가 됐다. 인권운동가이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첫 흑인 대통령, 그리고 93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만델라를 처음 만난 것은 90년 그가 로빈섬에서 27년간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풀려난 직후였다. 만델라는 사마란치 위원장의 배려로 스위스 몽트러에 있는 호텔 병원에서 요양을 하고 있었다.

남아공의 악명 높은 아파르트헤이트(흑인차별정책)는 IOC에서도 고민하는 문제였다. 남아공 흑·백 대표들을 만나 올림픽 참가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을 때였다. 12년 만에 동·서가 모두 참가해 ‘성공한 올림픽’으로 평가받은 서울올림픽에서도 남아공 문제는 풀리지 않았다. 남아공 로비스트는 기피인물이었다. IOC 본부호텔인 신라호텔에 나타나면 당장 내쫓으라는 방침이 있었다.

만델라가 병원에 있을 때 만찬을 함께 할 기회가 있었다. 27년이란 오랜 기간 옥중 생활을 했음에도 은은한 미소와 온화한 품격을 잃지 않은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장래 비전을 얘기할 때는 정열적이었다.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때는 같은 버스를 타고 행사장에 갔고, 대통령 취임 후인 94년에는 요하네스버그의 대통령 집무실에서 만났다. 95년 서울을 방문했을 때도 만남을 이어갔고, 97년 로잔 IOC 총회에서는 2004년 올림픽을 케이프타운으로 유치하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 그를 만났다. 다섯 차례 만남이라면 꽤 깊은 인연이다.

그를 만날 때마다 참으로 다방면에 박식하다는 것과 세계의 변화를 정확히 읽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대통령 집무실에서 나에게 해준 이야기였다. 만델라가 정권을 잡으니 ANC 등 흑인 무장단체들이 백인에 대한 복수를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나 만델라는 “새로운 국가를 만드는 데도 시간이 부족하다. 불필요한 행동에 쓸 시간이 없다”며 흑인들을 설득했다. 그리고 백인 정권 때 대통령을 지냈던 F.W.데 클레르크를 부통령으로 임명했다.

나라가 안정을 찾으니 해외로 도피했던 500억 달러가 넘는 돈이 남아공으로 돌아왔고, 피폐해진 경제가 소생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범죄가 급격하게 줄었다고 했다. 나에게 설명해주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보고가 들어오고 있었다.

대립과 복수심으로 가득 찼던 남아공의 흑과 백은 이제 동반자로 하나가 됐다. 국가를 안정시키고 국제사회에 공헌하는 방법을 찾던 만델라가 생각한 것이 바로 올림픽 유치였다. 직접 로잔까지 와서 연설을 하고 열정적으로 유치 활동을 했다. 비록 아테네에 고배를 마셨지만 거인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대신 만델라는 2010년 월드컵 축구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월드컵이든 올림픽이든 아프리카 대륙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국제 스포츠 행사다. 내년에 남아공을 찾아 만델라를 다시 만나고 싶다. 내 마음 속에 있는 만델라는 ‘평화의 상징’이다.


김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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