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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내가 만난 사람-레이니에

[남기고 올림픽 30年·태권도 40年] 108. 내가 만난 사람-레이니에

[중앙일보] 입력 2009.01.24 00:27 / 수정 2009.01.24 00:42

GAISF 본부 사무실 무료로 빌려줘
해마다 총회 때 알베르 왕자와 참석


1989년 GAISF 총회 때 레이니에 국왕(右)과 함께.


프랑스 남단에 붙어 있는 모나코는 거주인구 15만명의 작은 나라다. 국무장관은 프랑스 외교부에서 나오고, 경호관도 프랑스에서 많이 차출된다. 카지노와 관광, 그리고 각종 국제회의가 주 수입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영화배우 그레이스 켈리가 왕비였던 나라로 유명하다.

켈리의 남편인 레이니에 국왕과의 인연은 197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국제경기연맹총연합회(GAISF) 본부가 모나코 몬테카를로로 옮겨졌기 때문이다. 모나코 정부가 무료로 사무국 빌딩을 대여해줬다. 세계태권도연맹(WTF)이 75년에 GAISF에 가입했으므로 나도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매년 모나코를 찾았고, 80년에 집행위원이 된 뒤로는 매년 두 차례 갔다. 레이니에는 개회식 때마다 알베르 왕자를 대동하고 참석해 환영사를 했고, 만찬에도 와서 무게를 실어줬다.

당시는 그레이스 켈리 왕비가 살아 있을 때였다. 몇 차례 만났는데 역시 세계적인 미녀 배우 출신답게 화사한 용모를 자랑했다. 그러나 82년 스테파니 공주를 태우고 차를 운전하다가 절벽 아래로 굴러 사망했다. 모나코의 빛이었던 왕비가 타계하자 나라 전체가 어두워진 것 같았고, 레이니에 왕에게서도 우울한 그림자가 느껴졌다.

나는 그레이스의 오빠인 잭 켈리와도 친분이 있었다. 84년 LA올림픽 당시 미국올림픽위원장이었던 그는 부위원장이던 77년 시카고에서 열린 제3회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 참석했다. 나의 초청으로 한국에 왔을 때는 여의도에 있는 우리 집에서 한국음식을 대접한 적도 있다. 그 역시 85년 조깅을 하다가 심장마비로 급사했다.

86년 내가 GAISF 회장이 된 뒤에는 레이니에 왕과 상당히 친해졌다. 공식행사 때는 집행위원들을 대동하고 궁으로 들어가 레이니에나 알베르 왕자를 만나는 것이 상례였다. 리셉션 때 가끔 큰딸 캐롤라인 공주가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대신해서 참석한 적이 있었다. 마치 육영수 여사가 타계한 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한 것과 비슷했다.

레이니에 왕도 IOC 위원이었기 때문에 공통의 화제는 무궁무진했다. 세계정치·IOC·올림픽 등에 대해 한 시간씩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레이니에는 세계 정세를 훤하게 꿰고 있었고, 한국 사정도 비교적 소상히 알고 있었다. 레이니에는 무게가 있으면서도 겸손하고, 깊이가 있는 고매한 분이었다. 2000년부터 심장병으로 고생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2005년 타계했다.

그의 뒤를 이어 알베르 왕자가 왕위에 올랐다. 85년부터 IOC 위원이었던 알베르 왕자는 세 차례 한국을 방문했다. 88년 서울올림픽 때와 99년 IOC 서울 총회, 그리고 2002년 한·일 월드컵 때였다. 얼마 전 알베르 왕이 스키를 타고 남극에 도착했다는 뉴스를 봤다. 지구온난화의 위험을 알리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국왕이 된 직후인 2006년에는 북극에도 갔다 왔다.

김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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