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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내가 만난 사람-카를로스

[남기고 올림픽 30年·태권도 40年] 114. 내가 만난 사람-카를로스

[중앙일보] 입력 2009.02.03 01:06 / 수정 2009.02.03 01:23


스페인 카를로스 국왕(右)으로부터 훈장을 받고 있다.


 스페인의 후안 카를로스 국왕과는 매우 각별한 사이다. 스페인 출신인 사마란치 IOC 위원장을 통해 인연을 맺었지만 그가 태권도를 좋아했기 때문에 더욱 가까워졌다.

1985년 마드리드 궁전에서의 첫 만남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당시 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SLOOC)는 TV 방영권을 놓고 미국 NBC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었다. IOC와의 사이도 아주 나빠져 이걸 해결하지 않으면 올림픽 준비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었다. 사마란치와 담판을 짓기 위해 만나러 가려는데 마드리드로 오라고 한다. 마드리드 호텔에 도착하니 ‘빨리 턱시도를 구해 입고 오후 8시까지 왕실 만찬에 오라’는 메시지가 와 있었다. 영문도 모르고 대충 복장을 갖추고 왕궁에 갔다.

카를로스 국왕이 사마란치 등 체육지도자들을 만찬에 초대했는데 나도 포함시킨 것이다. 만찬의 메인요리는 꿩고기였다. 간담회 때 사마란치가 왕에게 나를 소개하면서 “김 총재는 태권도 고단자이면서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고, 왕도 태권도를 조금 하니 한번 겨루기를 해보라”고 했다. 순간 당황했는데 왕이 겨루기 폼을 잡기에 나도 폼을 잡았더니 주위에서 웃음이 터졌다. 매우 서민적인 왕이라고 생각했다.

86년 IOC 총회에서 내가 IOC 위원이 되고, 바르셀로나는 92년 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됐다. 마침 내가 바르셀로나올림픽 조정위원이 된 덕분에 스페인을 여러 차례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사마란치는 왕실과의 모임에 늘 나를 끼워줬다.

서울올림픽 때 소피아 왕비와 왕세자가 2주일간 신라호텔에 있었다. 요트 선수로 출전한 캐롤라인 공주는 부산에 있다가 서울로 올라왔다. 그런데 왕비와 왕세자의 방이 마땅치 않았다. 고민하던 사마란치가 나에게 전화를 했다. “당신밖에 부탁할 데가 없다. 지휘용인 당신의 큰 방을 왕비에게 드리고 작은 방 두 개를 쓰면 어떠냐”며 간청했다. 기꺼이 받아들이고 같은 층 반대쪽 방으로 옮겼다. 소피아 왕비는 IOC 명예위원인 콘스탄틴의 누이동생이다.

태권도는 바르셀로나올림픽 시범경기였고, 카를로스 국왕은 경기장을 직접 찾아 관람할 정도였다. 나는 카를로스 국왕으로부터 두 차례 훈장을 받았다. 스페인 스포츠 교류와 올림픽 성공에 대한 포상이었다.

94년 릴레함메르 겨울올림픽 때는 본부 호텔에서 왕이 만찬을 주최했는데 30명 정도가 참석했다. 아내와 함께 간 내가 유일한 IOC 위원이었다. 사마란치가 “당신만 초청한 이유를 알지?”라고 한다. 매우 자유로운 분위기에 놀랐다. 신하들이 왕·왕비와 한 식탁에서 담배도 피고, 사담도 나눴다.

2003년 마드리드에서 IOC-GAISF 연합총회가 열렸을 때 왕이 또 IOC 집행위원들을 초청했다. 이 자리에서 나는 세계태권도연맹 총재 이름으로 감사패를 전달했다. 태권도의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까지 길고도 힘든 여정을 도와준 것에 대한 감사였다.

김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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